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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우린 꼭 성공할 수 있을 거라니까?

 

 아무튼 그런 소리도 이제는 영 못 미더운 것이 되버린 참이었다. 마에다 유우키는 그러길 바래야지, 하는 뻔한 대답보다는 사이다 한 캔으로 목을 축이며 침묵을 유지하는 편을 택했다. 그렇게 말한지도 벌써 수 년째, 데뷔는 커녕 제대로 된 팀원조차 만나본 적이 없었다. 이대로 고생만 하다가 데뷔도 못하고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순간 이런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아닐거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을 방패막이로 앞새우며, 마에다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잠깐이나마 부족한 잠을 채우기로 했다.

 

 사장이 그를 호출한 것도 아마 그날 오후 쯤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불린 것이기에 얼떨떨한 기분으로 사장실로 들어서니, 신입인지 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 낯선 얼굴이 두 명이나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에다는 그 집요한 시선에 잠시 몸을 움츠렸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생겼기 때문에 지지않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에 화답하는 쪽이 있었고 대충 고개만 까닥이는 쪽이 있었다. 뭐야, 재수없어. 조금은 나쁜 인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을 만큼 마에다는 무례한 인간이 못되었다. 다만 머쓱해진 뒷목을 습관처럼 조심스레 감쌌을 뿐이다.

 

 그나저나 다행이네요. 연습 생활 엄청 길었다면서요.
 아, 네. 그렇긴 한데, 뭐가 다행이라는 거에요?
 어라. 듣고 온 거 아니었어요? 이번에 저희...

 

 몇 마디 나눌 새도 없이 또 한번 문이 열렸다. 사장이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사과와 함께 그는 활동할 그룹의 이름이 정해졌다며 마에다의 어깨를 두드렸다. 좋겠네. 그렇게 데뷔, 데뷔 노래를 불렀잖아. 마에다는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잠깐. 진짜요?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원래 다른 회사에서 연습생하던 친구들인데, 이번에 내가 데려왔어. 아예 그만둔다는 거 데뷔 시켜준다고 데려온 거니까 괜한 텃세같은 거 부리고 그러면 안 된다. 알겠지? 마에다는 차마 말조차 나오지 않는 입을 뻐끔거리다 욱씬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움켜쥐었다. 잘 된 걸까? 잘 된 거겠지? 어쨌든 부딪치는 것 외엔 답이 없었기에 마에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앞으로 잘 해보자. 내밀어진 손을 순순히 맞잡는 쪽의 이름은 그와 같은 마에다 유우키였다. 어쩐지 낯설지 않다 했더니, 생긴 게 아주 비슷했다. 사장이 말하길, 그게 컨셉이라고 했다. 뭐 그딴 걸 컨셉으로. 팔짱을 낀 채 내밀어진 손을 멀뚱히 쳐다보다 유우키의 채근에 마지못해 저도 손을 내미는 쪽의 이름이 우츠로였다. 둘이 쌍둥이 형제라고 했던가. 세명이 모이면 한명은 꼭 왕따라고 하던데. 일단 그 세명 중 한명은 확정된 것 같았다.

 

 얼떨결에 리더라는 타이틀을 달아버린 터라 마에다는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었다. 유우키가 우츠로를 달래 연습에 참가하고, 잠깐씩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지 그들은 같은 그룹은 무슨, 같은 회사 내 동료라는 사실조차 믿기지 않을 판이었다. 특히 우츠로, 그는 개인행동이 심하다 못해 도를 지나쳤다. 실력이라도 떨어지면 모를까, 연습 때면 괴상하리만치 호흡이 잘 맞아 그건 그거대로 짜증이 났다. 그런 주제에 모처럼 같이 뭐라도 해보자 제안하면 글쎄, 난 별로, 유우키랑 하면 되잖아, 등의 말들로 화를 돋구기 일수였다.

 

 유우키, 네 형 좀 어떻게 할 수 없어?
 그게... 미안, 나도 솔직히 좀 어색해서.
 네 형인데?
 형이긴 한데... 좀 사정이 복잡하거든.

 

 마에다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나보지 뭐. 그렇게 아무런 교류도 없는 상태로 데뷔라는 것을 했다. 무척이나 떨었던 첫 무대와는 다르게, 대중들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다. 당연하지,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는 기획사의 아이돌 같은 걸 누가 신경써줘. 하지만 마에다는 자꾸만 초조해졌다. 이러다 히트곡 하나없이 계약기간이 끝나버린다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유우키는 마에다의 등을 두드려주며 괜찮을 거라 속삭였다. 에이, 잘 되겠지. 걱정 마. 잘 되던가 말던가 여전히 개인 플레이만 지속하고 있는 우츠로는 그렇다 치더라도, 유우키는 의외로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마에다는 자신이 너무 어린 건 아닐까 싶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명색이 리더인데.

 

 마에다 유우키.
 어, 우츠로? 무슨 일이야, 네가 말을 먼저 다 걸고.

 

 우츠로가 무릎을 모아 앉은 채로 마에다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나 아이돌이 하고 싶은 거야? 마에다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럼, 내가 뭘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데. 지금 우츠로의 두 눈은, 마치 누군가 억지로 시켜 아이돌을 하고 있는 사람의 눈처럼 보였다. 넌 하기 싫어? 우츠로가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꼭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한 것처럼도 보여 마에다는 그만 어이가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럴거면 하지 마. 왜 하는 건데? 네가 이럴 때마다 괜히 기분 나빠지는 거 몰라? 마에다는 우츠로 앞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너 나한테 불만 있니?

 

 맞아.
 ...뭐라고?
 나, 아이돌 하기 싫어.

 

 그가 고개를 들었다. 이에 마에다는 정말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이가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눈빛이, 여느때보다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에다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뻔한 물음 한 가지를 던졌다. 그럼 왜 하는 건데? 우츠로가 시선을 돌렸다. 비록 친하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같이 함께 했던 그들이었기에 마에다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이 시켜서. 그의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 딱히 하고 싶지 않았거든. 근데, 어쩌다보니 하고 있게 되더라.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마에다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우연히 영화를 한편 찍은 적이 있었거든. 그게 대박이 난 후로부터 이래.

 

 원하면 이름 정도는 알리게 도와줄 수 있어. 그때 반짝이지만 인기도 있었거든.

 

 기사 몇개 정도 퍼트리면 그 뒤는 좀 쉬워지지 않겠어? 우츠로는 굽혔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계속 연습할 거면 해. 난 이만 가볼게. 마에다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결국 붙잡았다. 잠깐만, 나 아직 얘기 안 끝났거든? 우츠로가 마에다를 돌아보았다. 혹시 이거, 사장님도 알아? 대답 대신 그는 인상을 찌푸려보였다. 안 그래도 그 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였기에 보일 수 있는 태도였다. 마에다는 그제야 몇년 전, 화제였던 아역을 떠올렸다. 인기도 꽤 많았고 예능에서도 꽤 얼굴을 비췄는데, 논란이 한번 일고 나서 어느샌가 모습을 감췄다 했더니 이런 곳에서 아이돌이나 하고 있었다. 결국 그 논란도, 자작극이었던 걸로 밝혀졌는데 말이다. 너 그때는 예명 우츠로 아니었잖아. 그가 한마디로 심정을 일축했다. 시끄러워.

 

 너에게는 죽도록 하기 싫은 일인지도 몰라. 근데, 난 필사적이거든.
 그래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데?
 그러니까 너도 즐겨. 지금 당장 못 즐기겠다면, 내가 즐기도록 만들어 줄게.

 

 마에다는 눈앞에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유치하긴. 시끄러워, 너보다는 아니거든? 그가 왁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우츠로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소용없는 짓이야. 가능하면 데뷔도 안하고 끝내고 싶었거든. 내가 시끄럽다고 했지? 난 필사적이라니까? 마에다가 억지로 우츠로의 손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자신과 새끼손가락을 걸도록 만들었다. 우츠로는 다 들리도록 한숨 쉬며 손을 떼어냈다. 그래, 열심히 해봐. 마에다는 결국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문 밖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눈동자가 두개 있었다. 들어갈 타이밍을 놓친 유우키의 것이었다. 그는 그래도 둘의 사이가 조금은 좋아진 것 같아 안도하며 들고 있던 음료수 캔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우리 모두, 저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다 같이 빛날 수 있겠지. 그런 꿈을 꾸며 유우키는 눈을 감았다. 곧, 음악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하모니가 귓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함께 내딛는 꿈의 첫 발자국이었다. 
 

마에다 유우키(단),마에다 유우키(슈),우츠로(단)

윤솔@dangan_yunsol
00:00 /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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