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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부터 모든 것은 내 마음대로 이루어졌, 아니, 이루어졌을 것이다. 태어나서부터 그런 게 가능했다면 나를 사랑해주던 부모 아래서 태어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겠지. 부모를 내 마음대로 선택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을 보면 천운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힘은 내가 태어나고 언제부턴가 내게 깃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어하고, 내가 아주 조금의 관심을 가지고 하는 일은 무엇이든 일어났다. 계속 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딱히 무슨 활동을 하지 않아도 삶이 이어졌고,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나의 손은 깨끗하게 남은 채로도 그걸 가질 수 있었다. 손 안의 무언가에 대한 갈망은 그 힘을 나의 것으로 움직였고 나는 그 지휘를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었다. 그냥, 재미없었으니까.

 삶은 선택과 의무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무언가 조금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 삶은 선택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신은 나의 선택을 존중하였다. 손을 까딱하는 아주 작은 일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이 힘은, 아주 중요한 것을 빼앗아 갔다.

 “인생을 참 재미없게 산다-”

 줄곧 들었던 말이다. 좋아하는 건 뭐야? 없는 것 같군. 뭐 하고 싶어? 글쎄다. 무슨 색이 좋아? 잘 모르겠다. 등의 시시콜콜한 질문들에 있는 둥 없는 둥 대답을 해 주고 나서는 십중팔구로 경멸이 담긴 얼굴과 함께 돌아왔던 말이다. 네가 한심해 죽겠고 나는 너와 더 대화를 하고싶지 않다는 감정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은 재미를 빼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삶이었다.

 “우리도 절망을 노래로 표현하면 어떨까?”
 “…절망을?”
 “옛날 애니메이션에도 나오잖아~! 아이돌 가수의 음원에 절망을 삽입해서 모두에게 절망을 선물해주는 내용!”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이돌? CD? 이 세상에서 요즘 누가 그런 걸 산다는 말인가. 인터넷을 클릭하면 그대로 재생되는 노래가 넘쳐나는 이런 세상에서 그런 사실은 내게 너무 시시했다.

 “그 역할을, 네가 해야 해.”

 짜증이 났다. 대충 이 느낌이 짜증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할 일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해도 괜찮은 건 아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려 했던 나의 시도는 임무라는 두 글자 아래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정녕,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인가?

 “네 힘을 이용해. 뭐든지 이루어 주는 그 마법을.”

 언젠가부터, 그 사람은 이 힘을 마법이라 부른 것 같다.

-

 모든 게 쉬웠다. 연습할 만한 장소를 찾는 것부터 나를 몸담게 해줄 회사를 찾는 일, 그리고 무대 위에 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까지도 쉬웠다. 이 쉬운 일에 평생을 바쳐 노력하고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듣고는 살짝은 안타까웠다. 내 곁에 있는 이에게 잠시 눈길을 보낸다. 벌써 4년을 이 바닥에서 보내고 있었던 사람이다. 내가 합류한 지 고작 이 주일 만에 데뷔가 결정되다니,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정말 고마워, - !”
 “- , 네 덕분이야!”

 이름따위 기억나지 않았으니 새로운 이름을 지어 불렀어야 했다. 지금 와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름이지만. 딱히 기억할만한 가치는 없었다. 그러나 내게 수없이 감사를 표하는 이 사람들의 목소리는… 왜인지 모를 것들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

 “우츠로 님! 감사합니다!”

 기억하기 싫은 것들이 떠오른다. 이 기억이 살아나는 이유도 알고 있지만.

-

 드디어 무대에 오르는 날이다. 대충 봐 둔 가사지를 옆으로 던진다. 크게 알 바는 아니었다. 어차피 나의 이 힘이라면 무대에서 아무렇게나 호흡해도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거추장스럽게 입혀준 옷의 체인을 두어 번 만지작댄다. 분명 재미없을 공연이다.

 ‘--은 절대로 사라-- 않아’
 ‘--으로 떨어져-.’

 가장 중요한 가사였나. 대충 멜로디를 입 안으로 두어 번 흥얼거린다. 분명 재미없을 공연이었다. 시시함을 풀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시시한 업무를 시키다니. 역설적이라고 생각하며 무대에 오른다.

 “--은 절대로 사라-- 않아”
 “--으로 떨어져-.”

 음악이 흘러나오고, 몸이 움직인다. 분명 아까 보았던 노랫말과는 착오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우츠로(단)

넨네 @darekaoosiete
00:00 /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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